다큐멘터리의 텍스트
이번엔 나의 문어 선생님 다큐멘터리의 텍스트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텍스트는 단순히 말하자면 줄거리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삶에 지쳐 불면증까지 얻게 된 주인공은 매일 같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헤엄을 칩니다. 그곳에 있던 것은 이상하게 생긴 해양생물들과 해조류, 그리고 한 마리의 암컷 문어입니다. 시작은 단순 호기심이었지만 주인공의 목적은 점점 문어로 좁혀집니다. 주인공은 매일 문어를 관찰하고 그를 공부하며 기록합니다. 문어는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을 조용하지만 근성 있는 그만의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적들로부터 위협을 받아도 먹이가 없어 위기에 처해도 말이죠. 주인공은 그런 문어를 보며 삶을 살아낼 위로를 얻게 되며 문어와 각별한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어는 결국 번식이라는 인생 목표를 달성한 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문어와 특별한 사이가 된 주인공은 문어의 죽음에 슬퍼하지만, 그는 이미 문어로부터 많은 가치를 배웠고 과거의 어두웠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문어를 마음속에 묻어두고 그는 문어가 가르쳐준 삶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힘차게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서브 텍스트와 콘텍스트
이 다큐멘터리의 서브 텍스트는 한마디로 정의가 가능합니다. 바로 대상자를 향한 연출자의 애정입니다. 다큐멘터리의 모든 장면에는 주인공의 문어를 향한 사랑이 빠짐없이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은 문어와 400일간 매일 교류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문어의 행동도 그에게 닿으면 가치 있는 것으로 변화하고 그는 그것을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냅니다. 연출자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이 영상을 보면 영상을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마치 그 바다에서 작은 암컷 문어와 교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한 우리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상황에 몰입하고 우리의 인식 속 사물에 불과했던 문어를 감정을 가진 하나의 독립적인 생명체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 작품을 본 뒤 문어를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반응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감독의 시선으로 문어의 행적을 좇으며 감독의 입을 빌려 문어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게 됩니다. 한 마리의 작은, 누구에게는 보잘것없을 이 문어에게 우리는 연민과 애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 문어를 개 혹은 고양이와 같이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던 사람이 있었을까요? 많은 사람이 문어의 지능이 개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문어는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이기에 그 정도를 잘 몰랐을 것입니다. 이런 인식의 부재 상태로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된 사람들은 고양이처럼 인간에게 애교를 부리고 물고기에 장난을 치는 문어를 보며 기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낯선 바다 동물에 불과했던 문어가 갑자기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생명체로 느껴지는 부분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면서 그동안 당연시하고 놓쳐왔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담화 분석
이 문단에서는 다큐멘터리의 담화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자연 다큐멘터리로, 자막은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는 용도의 날짜 자막뿐입니다. 인위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연출자의 취지에 걸맞게 자막을 과감히 생략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입니다. 그 덕분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자연스러운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화법은 앞서 말한 의도를 따라 담담하고 화려하지 않게 사용되었습니다. 주인공이자 제작자인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진행되는 영상답게 불필요한 문구들과 구태의연한 수식어는 대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입니다. 작품의 클라이맥스나 제작자의 의도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싶은 부분에서는 오히려 침묵이나 정적 등과 같은 아주 정적인 방식을 사용해 역설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작품의 영상 표현 방식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자연 다큐멘터리이지만 장면이 무척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이 마치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제작자에 의해 인위적으로 연출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촬영이 어려운 수중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문어뿐만 아니라 그 주변 모든 생물의 행위를 카메라에 아주 잘 담아냈습니다. 긴박하게 진행되는 사냥 장면과 추격 장면 등을 놓치지 않고 여러 가지 앵글로 촬영해 마치 니모를 찾아서의 실사영화를 보는 기분도 듭니다. 바닷속을 카메라로 촬영할 때는 주로 주인공과 다른 촬영감독의 핸드헬드 샷이 쓰이는데 해양 생물들은 물속에서 저항받아 속도가 적당히 빠르기 때문에 핸드헬드로 대상의 움직임을 따라가면 생동감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장면이 무척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닷속을 벗어났을 때의 그림은 바다의 단조로운 구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드론의 항공 샷인데요, 항공 샷은 광활한 자연을 담아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앵글로 대부분의 자연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촬영 기법의 하나입니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통해 주인공이 경험한 바다의 웅장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주인공의 인터뷰 장면은 정적인 바스트 샷과 웨이스트 샷 위주입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그의 감정이 담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진행이 되기 때문에 그의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인터뷰에서는 감정이 잘 나타나는 눈과 같은 부위의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영상에 주인공의 정서를 담아냅니다. 굳이 청각적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그가 어떤 감정을 겪고 있는지 화면을 통해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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