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제작자인 크레이그 포스터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실제 겪은 일을 배경으로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반복되는 삶에 지친 크레이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수중 다시마숲에서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게 되고 암컷 문어 한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영화는 문어의 삶을 중점에 두고, 크레이그가 문어와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고 크레이그가 작고 유약한 문어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게 되는지 그 여정을 세밀하게 관찰해 냅니다. 자연과 아주 가까이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세계 각지의 비평가들에게 극찬받았으며 아카데미상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제에서도 수상을 하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의 주제와 플롯
다큐멘터리의 표면적 주제는 인간과 문어, 즉 자연의 교류입니다. 인간으로 대표되는 제작자 크레이그는 약 4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문어로 대표되는 자연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으며 문어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는 문어의 삶의 방식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그로부터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본인이 처한 현실에 지쳐있던 제작자는 자연과의 교류, 즉 문어와의 교류를 통해 본인도 자연의 일부분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속감에서 나오는 안정감을 느끼며 다시 본인의 삶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이처럼 자연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인간에게 선사하며 생명체들이 생존하고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은 이런 자연의 특성을 담담한 표현 방식으로 담아내어 보는 이들에게 각기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것을 자기 삶의 방식에 녹일 수 있도록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픽션이 가미되지 않은 논픽션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내면을 추구하는 마음의 플롯 구성 방식을 차용합니다. 내레이터가 자신의 경험담을 직접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이며 현재 시점의 내레이터 인터뷰 장면들과 과거 시점인 바닷속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교차편집되는 형식입니다. 액자 속 이야기가 죄는 중심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 메시지는 작품의 후반부에 나옵니다. 그러므로 두괄식보다는 미괄식 진행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안정과 조화 - 갈등과 불안정 - 안정의 회복이라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물인 크레이그가 조력자인 문어를 만나 변화를 겪고 성장한 뒤 일상으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영웅 서사를 일부 차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크레이그의 개인적 경험과 그가 문어를 만나 문어와 교류하면서 겪은 이야기는 크레이그의 현재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이 되며 이 시점 이후 크레이그와 시청자인 우리가 어떤 삶의 태도를 지니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표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큐멘터리의 계열체
다큐멘터리의 계열체는 인물 간의 갈등, 인물의 내적 갈등 등 영상 속 드러나 있는 모든 갈등 구조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시점을 따라가 보면 첫 번째 이항 대립적 요소는 내레이터인 크레이그와 그를 괴롭게 만드는 그의 내면과의 갈등입니다. 크레이그는 영상업을 하는 프로듀서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불면증을 앓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아버지라는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자신이 정말 사랑했던 촬영이라는 일을 단순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을 느끼게 된 크레이그는 그의 삶에서 도망치듯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던 대서양을 찾게 됩니다. 크레이그는 바다를 수영하고 자연과 관계를 맺으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게 되고 현실의 괴로움을 극복할 용기를 얻습니다. 다큐멘터리의 핵심 주제와 가까우면서도 주된 갈등이었던 크레이그의 내적 갈등은 그가 바다와 친해지고 문어라는 생명과 가까워지며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
다음으로 거론되는 갈등은 문어와 문어의 천적 간의 갈등입니다.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는 동안 문어는 크고 작은 천적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상황을 극복해 나갑니다. 문어는 그의 천적인 파자마 상어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팔 하나를 잃기도 하지만 문어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어와의 마지막 싸움에서 문어는 기민한 꾀를 내어서 자신의 취약점을 보호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여 끝내 상어를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갈등을 해소합니다.
그다음으로 나오는 갈등은 또다시 크레이그의 내적 갈등입니다. 앞서 말했듯 문어는 종종 천적들과 위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크레이그는 문어를 도와주어야 할지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 모습을 방관해야 할지 갈등합니다. 문어와 아무 교류도 하지 않았다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겠지만 그는 이미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문어를 관찰해 왔고 문어와 깊은 유대감이 생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크레이그는 대부분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태도를 택합니다. 그는 문어가 상어에게 추격당하는 긴박한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추격전이 끝난 뒤 기력이 다 빠진 문어에게 먹이를 주는 등 아주 소극적인 도움만 제공합니다. 반려동물과 다름없던 문어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 순간 이를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크레이그로서 무척 괴로운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자연을 통해 행복을 되찾았던 크레이그가 자연에 해당하는 생태계 질서를 거스르는 행동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결국 크레이그의 신념대로 그의 도움 없이도 문어는 자신의 힘으로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크레이그와 시청자에게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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